1. 대공황
대공황은 1929년부터 1939년까지 약 10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하여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침체 현상을 말합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경제위기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범세계적 경제 후퇴 현상인 대공황은 금융 시장의 엄청난 혼란과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하여 당시의 서구 자본주의 사회를 완전히 뒤흔들었던 사건입니다. 대공황이 발생하자 사회와 경제 체계가 무너지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이 수직으로 하락하는 동시에 인종차별, 노사 갈등 등의 사회적 갈등이 악화하여 많은 국가가 전체주의의 길로 빠지는 데 일조했습니다. 사람들이 경제 붕괴의 조짐을 본격적으로 실감하고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검은 목요일'과 '검은 화요일'이라고 불리는 10월 24일부터 10월 29일까지 약 5일간 지속적으로 주식 시장이 붕괴해 버린 '월스트리트 대폭락'부터입니다.
이 시기에 독일은 노동 인구의 약 44%가 실업자가 되었는데, 나치당이 나치즘을 표방하여 국민들에게 안락하고 풍족한 삶을 약속하면서 대공황 이후 기존보다 10배 이상의 지지율을 가진 거대 정당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소련은 서구 사회와 달리 계획경제로 호황을 누리고 있던 터라 약 10만명의 미국인이 소련으로 이민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대공황이 변화시킨 사회의 모습은 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잘 나타났는데, 우선 음식을 충분히 구할 수 없게 된 탓에 식생활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빵과 미트로프에 톱밥이나 잡곡 껍질을 섞어 양을 늘리고, 식어버린 재료들을 먹을 만하게 바꾸기 위해 걸쭉한 크림소스를 여기저기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심지어 민들레 잎과 같은 잡초를 뜯어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했고, 과일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 당근으로 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궁핍한 식생활 속에서 미국인들은 오히려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건강이 호전되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이 실직으로 일을 아예 하지 않게 되었거나 근로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고 수면시간이 늘어났으며 사치재인 술, 담배의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근로 시간과 근무지로 이동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교통사고나 산업사고도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건강이 호전된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우일 뿐, 영양 부족과 면역력 결핍에 시달리며 굶어 죽어간 사람들 역시 많았습니다.
대공황의 피해자는 국민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당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공장 일용직 노동자들이었으나, 기업주들은 인건비 지급 능력을 상실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었고 해고되지 않은 사람들도 근무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실업자들은 직장을 잃은 후 식량을 살 돈이 없어 소비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거의 배식으로 연명했기 때문에 식량을 생산하는 농부들 또한 돈을 벌지 못했습니다.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기업들마저 주가가 바닥을 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불안심리가 발동해 너나 할 것 없이 은행에 몰려가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하였고, 이 때문에 수많은 은행들도 결국 도산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끝없이 반복되다 보니, 훌륭한 경제성장률을 보여주며 호황을 누렸던 1920년대와는 달리 대공황 시기에는 산업 혁신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920년대에 대량 생산되었던 상품들은 대공황을 겪고 난 뒤 어마어마하게 막대한 재고로 남아 기업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혔습니다. 대공황 이후 3년간 미국의 시가총액은 88.88%가 증발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호황기를 누리다가 거품이 꺼진 1929년 여름부터 실질적인 침체 조짐을 보이던 경제 상황은 1933년에 쇠락의 정점을 찍고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는데, 그 회복세가 너무나도 느렸던 탓에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언제쯤 대공황이 끝날 것인지 걱정하도록 만들었습니다.
2. 대공황의 원인
대공황은 경제학 역사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엄청난 세계적 대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에서 촉발된 공황 사태가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이 맞는지, 아니면 미국의 상황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을 뿐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태인지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공황은 문제가 있는 한 가지 원인으로부터 유발된 현상이라기보다는 발생 원인이 너무 많은 탓에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쪽에 가깝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시장이 위축되면서 발생한 비대한 경제 구조의 붕괴 및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고 해결할 적절한 국가 정책의 부재로 인한 비극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공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표적인 가설 중 하나는 금본위제와 보호무역주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불황을 겪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인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편 대공황은 외부 세력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발생시킨 인재라는 음모론도 유명한데, 국가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금융시장을 개인이나 단체가 전 세계를 상대로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는 망상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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